Trouble maker
오이카와 X 이와이즈미
타임리프 AU
Chapter 0. 프롤로그
오랜만의 두 반 합동수업이었다.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와 같이 체육관에 있는 일이 많았지만, 수업 때문에 같이 운동장에 서있는 일은 손에 꼽았다. 각 반이 나뉘어서 축구를 시작했는데 누구보다 신나야할 오이카와가 풀이 죽어서 벤치에 앉아있었다. 이와이즈미는 신경이 쓰여 같은 반 녀석에게 포지션을 넘기고 빠져나왔다. 마치 자신이 그의 보호자 같이 생각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주변을 인지할 무렵부터 든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이와이즈미가 다가가자 오이카와는 기다렸다는 듯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얼굴에 띈 미소가 얄미워서 이와이즈미는 퉁명스레 말을 내뱉었다.
“왜 앉아서 청승이야? 축구 안 해?”
“오이카와씨 아니라도 할 사람 많은 걸. 지금은 쉬고 오후 연습에 집중할래.”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럼 나도 좀 쉴까.”
오이카와는 옆으로 조금 엉덩이를 옮겼다. 이와이즈미가 앉을 수 있게 자리를 내어주려는 행동이었다. 자연스러운 몸짓에 쓴웃음이 걸렸다. 언제까지 그와 함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이런 일들이 그리워질 것 같았다.
“나 할 말이 있어.”
“뭔데? 우유빵 사러 가자고? 수업중이라 안돼.”
“그런 거 아냐! 오이카와씨가 매번 우유빵 이야기만 하는 줄 알아?”
“아니면 됐고.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있잖아, 이와짱.”
“응.”
평소랑 다를 바 없는 오이카와의 모습에 적잖이 안심한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돌려 축구하는 이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 적진에 깊게 꽂혔다. 공을 따라 뛰어다니는 모양이 퍽 재밌어서 시선을 빼앗겼다. 그래서 오이카와의 말에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말았다.
“좋아해.”
“응.”
“저기 이와짱? 오이카와씨 말 듣고 있는 거야?”
“듣고 있어. 나도 좋아해.”
“……나를 봐.”
오이카와가 손을 잡아당기고 나서야 이와이즈미는 겨우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 확연히 붉어진 그의 얼굴이 담겼다. 이와이즈미는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러니까, 지금 그가 자신에게……?
이와이즈미는 퍼뜩 사실을 깨닫자마자 말하고 싶어졌다. 가슴에 가득 담긴 감정을 언어로 실체화 시키려는 찰나, 오이카와가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미처 그에 반응하기도 전에 세게 날아온 공에 맞아 이와이즈미는 벤치 뒤로 넘어갔다.
“이와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