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uble maker

오이카와 X 이와이즈미 

타임리프 AU







Chapter 1. 한주의 시작은 화요일부터


 꽈당. 이불 밖으로 구른 모양이었다. 바닥과 부딪힌 머리가 울렸다. 이와이즈미는 미간을 찌푸리며 강제로 기상했다. 역시 꿈일 줄 알았다. 그렇게 형편 좋게 짝사랑하는 상대가 좋아한다고 말해줄 리가 없지 않은가? 오랜 시간동안 반복된 감정 소모에 지친 뇌가 이제는 멋대로 망상을 만들어내는 모양이었다.

 한숨을 쉬며 일어나 세수를 하고 나면 정신이 들 터였다. 계속 꿈의 여운에 취해있고 싶은 몸을 채찍질해 겨우 방 밖으로 향했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식탁에 앉으니 TV에서 날씨를 안내하고 있었다. ‘ㅇㅇ월 ㅇㅇ일 화요일 오늘의 날씨는…….’

 뭐? 이와이즈미는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오전에만 뜨는 방송 화면 상단의 날짜를 다시 봐도 화요일이었다. 이상한 일에 눈을 몇 번이고 깜빡여도 자막은 변할 생각을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러니 하지메?”

 가족의 질문에 이와이즈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 

 “오늘 월요일 아니었나 싶어서…….”

 “어제 파김치가 되어서 들어오더니만, 피곤했나보네.”

 혀를 차는 소리에 이와이즈미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분명 잠들 때의 기억은 일요일이었는데 어째서 화요일이 되어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가방을 열어보니 화요일의 시간표대로 교과서가 들어 있었다. 정말이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어쨌든 기억나지는 않지만 과거의 자신이 잘 챙겨뒀다는데 감사히 여기고 학교로 향했다. 사실 지금 자신의 상태가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오늘은 연습이 있는 날이었다. 몸이 아픈 것은 아니었으니 빠지고 싶지 않았다. 

 이게 몽땅 꿈은 아닌 모양이었다. 월요일은 오이카와네 반과 합동 수업이 있는 날이었는데, 화요일 시간표대로 흘러갔다. 재차 휴대전화로 날짜를 확인해 봐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한숨을 쉬며 전화기를 넣으려는데, 메일이 날아왔다. 


[발신자 : 이와이즈미 하지메

점심에 오이카와에게 우유빵 줄 것. 잊지마. 배구부에 가져갈 가방에 넣어뒀어.

예약 발신 ㅇㅇ월 ㅇㅁ일 밤 10:00]


 헛웃음이 나왔다. 어제의 자신이 예약해둔 메일이었다. 그 녀석이 뭐가 예쁘다고 챙겨주라는 메일까지 써둔 걸까. 이와이즈미는 한참 화면을 바라보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이카와의 반에 들어가니 애들이 힐끗 보고 관심을 껐다. 워낙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이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소리를 들어서 그녀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혼자 앉아 있었다.

 “여어, 오이카와.”

 “이와짱!”

 환하게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직 점심을 먹지 않은 모양인지 책상 위가 깨끗했다. 

 “옥상에서 밥 먹자.”

 우유빵과 다른 빵 몇 개가 든 봉지를 손에 들고 흔들자 오이카와의 시선이 빵에 꽂혔다. 마치 강아지 같은 모습이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햇살은 따스했다. 날씨는 100점 만점에 90점을 줄 만큼 좋았다. 이런 날이 일 년에 며칠 되지 않는데 타이밍을 잘 맞췄다. 

 “웬일로 이와짱이 우유빵까지 챙겨 주는 거야? 마침 매점이라도 가볼 생각이었는데.”

 “아아, 그러게.”

 이와이즈미도 자신이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으니 대답이 애매해졌다. 오이카와는 그의 망설임을 읽지 못한 채 빵의 포장지를 뜯었다. 맛있게 먹기 시작하는 모습에 허기를 느끼고 같이 빵을 하나 입에 물었다. 

 “오늘 좀 이상한 것 같아 이와짱.”

 “왜?”

 “묘하게 기운이 없어 보인 다고 해야 하나. 힘든 일 있으면 말해. 오이카와씨가 해결해줄게.”

 “거참 믿음직하다.”

 이와이즈미의 대꾸에 오이카와는 입술을 비죽였다. 불만스럽겠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아니, 믿어줄지 의문이었다. 그를 누구보다 신뢰하지만 상식을 벗어난 일 아닌가. 

 “오늘 무슨 요일이야?”

 “화요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오이카와의 모습에 이와이즈미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그가 걱정하는 모습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화요일이지……. 오후 수업 준비 해야겠다. 먼저 간다. 부실에서 보자.”

 “어? 이거 먹고 같이 가!”

 이와이즈미는 손을 내저어 그를 말렸다. 혼자 있고 싶었다. 짧은 제스쳐에 담긴 뜻을 읽었는지 오이카와는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렀다. 

 그럼 이 일을 어떻게 할까. 이와이즈미는 그냥 건망증처럼 하루를 날렸다고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골똘히 생각했다. 살면서 하루가 사라진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하루 종일 자다가 날아갈 수도 있고, 그런 경험은 없지만 나중에 술 마시고 휴일을 날릴 수도 있다. 그렇게 여기면 큰 문제는 아니지만 무언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에 빠져 주변을 둘러보지 않은 탓이었을까. 이와이즈미는 누군가가 뒤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거리가 가까워 옆으로 피하려는 찰나였다. 확 등을 떠미는 손길에 중심을 잃고 계단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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